나주 김준 대표, '배 분야 유일' 제7회 농업마이스터 최종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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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김준 대표, '배 분야 유일' 제7회 농업마이스터 최종합격

나주배 혁신 이끈 IT 엔지니어 출신
'배 분야 유일' 농업마이스터 최종합격

제7회 농업마이스터 배 분야 최종합격자 김준 대표
[스피드경제신문] 기록과 데이터를 농사에 접목하고 영농형 태양광, 무인방제, 무봉지재배를 과원에서 먼저 시험해 온 나주 농업인이 마침내 배 분야 최고 전문농업인 반열에 올랐다.

나주시는 지난 28일 금천면 웰빙나주배농원 김준(53) 대표가 8년에 걸친 도전 끝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제7회 전문농업경영인(농업마이스터) 지정시험'에서 배 분야 최종합격자로 지정됐다고 30일 밝혔다.

농업마이스터는 품목별 최고 수준의 재배기술과 경영 능력, 현장 지도 역량을 갖춘 농업인을 국가가 지정하는 제도로, 영농경력 15년 이상의 농업인이 필기시험과 역량평가, 현장심사 등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이번 제7회 최종합격자는 전국 31명이며, 김 대표는 제5회부터 제7회까지 최근 3개 회차를 통틀어 배 품목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오는 11월 3일 농업마이스터 지정서를 받을 예정이다.

김 대표의 배 농사는 아버지 김무송 씨(1942년생)로부터 시작됐다. 광주 송정리에서 살던 부친은 고향 마을이 송정리 비행장 부지로 편입되면서 나주 금천면으로 터전을 옮긴 뒤 나경순(1949년생) 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반세기 넘게 배 농사를 이어왔다. 컴퓨터 회사에서 IT 엔지니어로 일하던 김 대표는 2004년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하자 부모가 일군 과원을 지키기 위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나주로 돌아왔으며, 그렇게 시작한 배 농사가 올해로 22년째다.

농사는 처음이었지만 컴퓨터와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은 강점이 됐다. 2007년부터 3년간 전남사이버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을 맡아 농산물 온라인 홍보와 판로 개척에 나섰고, 농장 홈페이지 구축, 농업용 컨트롤러 제작, 정보화·스마트농업 교육 등을 통해 디지털 영농을 일찌감치 현장에 접목했다. 2008년에는 탑프루트 대통령상을 받으며 고품질 배 생산 능력을 인정받았고, 2011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됐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김 대표 농사의 핵심은 '기록'과 '분석'이다. 2018년부터 경영장부를 작성하고 생산비와 투입비용을 분석해 한 해 농사의 문제점을 다음 해 영농계획에 반영했으며,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새로운 기술의 효과와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현재 2.8ha 규모의 과원에서 신고, 신화, 슈퍼골드, 창조 등 7개 품종 1000여 그루를 재배하며 연간 약 100톤의 배를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실증'이다. 2018년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농가의 우려가 컸던 시기 김 대표는 자신의 배 과원을 기술 검증을 위한 실증지로 내놓았다. 배나무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일조량이 줄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직접 결과를 확인해 보자는 판단이었다. 장기간 실증 결과 태양광 모듈이 개화기 서리를 일부 차단하면서 냉해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모듈 하부 배나무의 착과 수가 일반 노지보다 26~40% 증가했으며, 냉해가 극심했던 2023년에는 피해 저감 효과도 확인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이 전력 생산뿐 아니라 이상기후에 대응하고 농가 소득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기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4년 나주시가 추진한 '무인방제 활용 종합관리기술 구축 시범사업'에서도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고정형 방제시설을 설치해 원격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기술로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따른 농가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지만, 당시에는 방제 실패에 대한 농가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확증되지 않은 기술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김준 대표가 먼저 도전해 준 덕분에 사업이 첫발을 뗄 수 있었다”며 “현장의 막연한 불안을 실제 실증 결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나주시가 민선 8기 나주배 산업의 방향으로 제시한 ‘맛과 수출’과도 맞닿아 있다. 2024년 시작한 ‘배 무봉지 재배 실증시험’에도 실증 농가로 참여했다. 기존 배 재배는 깨끗한 외관을 위해 어린 열매에 이중봉지를 씌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품종 본연의 맛과 당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주시는 일본의 무봉지 재배 현장을 벤치마킹한 뒤 방조망 안에서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하는 실증에 착수했다. 그 결과 신화배의 당도는 12.7브릭스로 기존 봉지재배 배 11.7브릭스보다 1브릭스 높게 나타났고, 시민 250명을 대상으로 한 시식 평가에서도 78%가 무봉지 배를 선택하며 맛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2025년 농촌진흥청과 나주시, 나주배원예농협이 공동 주관한 ‘배 프리미엄 수출단지 육성 기술교육 및 현장컨설팅’에도 참여하며 수출 규격에 맞는 고품질 신화배 생산과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김 대표는 신기술을 직접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행정과 공유해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육성 배 품종을 위한 전정교육이다. 농촌진흥청이 육성한 신화, 슈퍼골드, 창조 등은 신고배와 가지 생육과 꽃눈 형성 특성이 달라 품종에 맞는 전정 기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미숙련 인력이 전정 작업에 투입되는 사례가 늘면서 품종별 전문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제기됐다. 김 대표는 나주시농업기술센터에 국내 육성 품종별 전정교육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이후 농가 협의와 관련 예산 편성을 거쳐 2024년 나주시 최초의 ‘국내 육성품종 전정교육 과정’이 개설됐다.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가 농업인 교육정책으로 이어진 사례다.

수십 년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직접 시험해 온 김 대표는 이제 자신의 경험을 다음 세대 농업인과 나누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나주시 ‘특화작목 우수 모델농장 육성 시범사업’에 선정돼 농장 내 교육장을 갖췄으며, 지난 8월에는 나주시농업인대학 청년배전문반 현장강사로 나서 교육생 27명에게 영농형 태양광과 무인방제, 무봉지 재배 사례와 시행착오를 직접 전했다. 김 대표의 농장에서는 영농형 태양광과 무인방제, 무봉지 재배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는 앞으로 이곳을 청년·후계농의 현장실습과 배 품목 전문교육, 신기술 확산을 위한 ‘배 교육농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농업도 이제 감으로만 해서는 안 되고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한 해 얼마를 투자했고 어디에 생산비가 많이 들어갔는지 정확히 알아야 다음 농사를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화배와 슈퍼골드, 창조배 같은 우리 품종은 나주배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시험하고 검증한 기술과 경험을 더 많은 농업인과 나누고 기후변화와 인력 부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나주배 산업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김준 대표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 모두가 주저할 때 자신의 과원을 먼저 내놓고 직접 도전하며 그 결과를 기록해 온 선도 농업인”이라며 “영농형 태양광과 무인방제, 무봉지 재배, 국내 육성 품종까지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은 ‘맛과 수출’로 나아가는 나주배 산업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마이스터의 기술과 경험이 청년·후계농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교육 기반을 넓히고 나주배 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신동추 기자 ssddcc641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