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로운 가정생활, 페어패밀리’ 프로젝트는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사와 돌봄을 100개의 세부 역할로 나눠 역할카드로 시각화하고, 가족 구성원이 이를 함께 점검하고 분담하는 100일간의 생활실험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참여 가족은 청소·요리 등 눈에 보이는 실행 노동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을 미리 파악하고 일정을 조율하거나 재고를 관리하는 등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기획 노동까지 역할카드로 나눠 100일 동안 각자 맡은 역할을 책임지고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전남 지역 16개 가족센터와 함께 진행된 ‘페어패밀리 1기’ 100가정 중 100일 과정을 끝까지 완주하고 심층면담에 응한 13가정(외벌이 7가정, 맞벌이 6가정)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남편과 아내를 각각 분리해 4개 집단으로 구성하고 표적집단면접(FGI)을 실시, 프로젝트 참여 전후 집안일에 대한 인식과 행동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역할카드가 평소 집안일로 인식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노동’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 재고 확인, 필요 물품 미리 구입, 자녀 학교 일정 및 준비물 챙기기 등도 가족 생활 유지에 필요한 중요한 집안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공정한 집안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두드러졌다. 집안일을 무조건 절반씩 나누기보다 서로의 역할과 수고를 인지하고 인정하며, 가족 상황에 맞춰 함께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인식이 전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청소나 설거지 등 눈에 보이는 집안일은 함께 나누더라도, 가족에게 필요한 일을 미리 파악하고 계획하는 ‘기획 노동’은 여전히 아내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외벌이 가정에서는 ‘일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이유, 맞벌이 가정에서는 ‘익숙하고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빠르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가사·돌봄 부담이 다시 집중되는 양상도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에 눈에 보이는 일손을 돕는 차원을 넘어, 가족 생활의 계획과 돌봄에 대한 책임 자체를 함께 나누는 구조적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 생활의 계획과 돌봄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나누는 ‘가족관계 교육’을 가족정책에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과 공적 돌봄 인프라 확충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질 때 실질적인 일·생활 균형이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논문 전문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행하는 전문 학술지 『여성연구』(2026년 제3호)와 전남여성가족재단 누리집(www.jwomen.or.kr) 보도자료 게시판에서 열람할 수 있다.
성혜란 전남여성가족재단 원장은 “페어패밀리는 누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지를 따지는 사업이 아니라, 가족이 서로의 수고를 알고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라며 “올해 제작 중인 표준 매뉴얼을 바탕으로 2027년에는 전남광주 27개 시·구·군 가족센터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 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평등한 가족 문화를 체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추 기자 ssddcc6418@daum.net
2026.10.13 (화) 22:36













